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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날들_[필멸]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1)

※바바라 오코너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줄거리는 크게 관련없음. 개키우미 필멸이 보고 싶어서 시작된 의식의 흐름 / 2~3편 내에 끝납니다. 아마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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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10~13년 이상의 수명을 지닌 포유강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회색 늑대의 아종, 인류가 최초로 가축으로 삼은 동물.

 멸은 개를 사랑했다. 작은 심장이 쿵쿵대며 전해오는 온기. 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온몸의 애정과 신뢰를 쏟아낼 준비가 되어있는 까만 눈. 축축하게 젖어 반들거리는 코와 손가락 사이를 핥아오는 혀. 반가운 사람을 보면 달려드는 단단하고 힘 있는 앞발. 짧거나 길거나 부드럽거나 까칠하거나, 얼룩덜룩하거나 검거나 희거나 회색이거나 갈색이거나 하는 털들. 작거나 크거나 짜리몽땅하거나 늘씬하거나 통통한 것과 관계없이, 나이가 많건 적건 성격이 사납건 소심하건 얌전하건 친화적이건 여념 하지 않고, 멸은 그 존재 자체를 향해 그들이 주는 애정만큼 자신의 것도 열어 내어주고 귀애(貴愛)해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그 사랑이 이 사태의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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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 됐어요.”

그 날은 평소와 같은 일요일이었고 멸은 늘 그랬듯이 보호소에 있었다. 메리, 필리, 조니, 베어, 케일리…. 그 외의 수많은 이름을 가진 개들과 함께. 방금 막 멸과 함께하는 산책을 마친 2살짜리 리트리버 코나가 온순한 눈으로 멸의 손에 머리를 부비고 있을 때 카운터의 직원이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다.

“뭐가요?”

“그게….”

“아, 그 녀석 이야기 하는 거죠.”

직원 휴게실에서 도넛 하나를 물고 나오던 또 다른 이가 합세하며 개인 타블렛을 들이밀었다. 아까 저희끼리 점심 먹으면서 한 얘기에요. 액정에는 비쩍 마른데다 짧은 갈색털이 볼품없이 망가진 작은 치와와가 기운 없이 고개를 다리 사이에 처박은 채 앉아있는 사진이 떴다. 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샐리. 제가 알기로 올해 16살이에요.”

“나이가 꽤 많네요.”

“기록상 아주 어릴 때 우리 보호소를 잠깐 거친 적이 있어요. 유기되었거든요.”

“지금 여기에 없다는 건 주인이 있다는 뜻 아닌가요? 대체 왜 이런 상태로.”

“있긴 있는데….”

직원은 도넛을 한 입 베어 물고는 한숨을 쉬었다.

“유명한 애니멀 호더한테 입양을 갔어요. 일단 자기 보기에 귀엽거나 혈통이 좋아 보이는 개들은 깡그리 모아놓고 축사라고 부르기도 힘든 곳에 방치했다더군요. 그게 얼마 전에 법에 걸려서, 대부분은 어떻게 보호소로 가거나 입양을 갔는데.”

직원이 아직 설탕이 묻어있는 손으로 액정을 다시금 가리켰다. 이 녀석, 이 녀석만큼은 그러지 못했어요. 주인이 확실한 소유권 양도가 명시된 계약서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오직 이 녀석만요. 게다가 운 좋게 데려올 수 있다고 해도 나이가 너무 많아서. 한숨 쉬며 고개를 젓는 행동에는 어쩔 수 없는 체념이 묻어났다. 그러니 저희로서도 별수 있나요. 여기저기 SNS를 통해 홍보도 해봤고 담당 부서에 항의도 해봤지만.

“글쎄, 공무원이 말하길 유기견이 되는 것보단 저런 상태에서라도 집이 있는 게 낫지 않냐는 거에요. 사람도 아니고 동물 일로 유난이라면서요. 게으른 작자 같으니라고.”

멸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몇 마디 거들었고 카운터가 소란해졌다. 휴게실에서 나오던 한 사람이 더 가세해 순식간에 공분의 토로가 이어졌고(망할 놈, 천벌이나 받으라지! 개 괴롭히는 것들은 다 천벌 받아야 해, 맞아, 맞아!), 사람이 많은 게 기뻤던지 코나는 멸의 발치에서 연신 즐거운 듯 킁킁댔다.

“그러고 보니 멸, 건너 아는 사람 중에 해결사가 있다고 했죠.”

움찔. 멸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보호소 사람들에게 멸이 해결사 일을 하고 있다는 건 비밀이었고, 멸은 직업에 관한 화제가 나올 법 하면 이리저리 돌아 나와 그 질문의 함정을 회피해 나왔다. 그러나 그의 천성,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던져놓고야 마는 그 습관 때문에 언젠가 한 번 그 질문의 함정을 밟고 말았을 때 대충 지인 중에 해결사가 있다고 둘러대었던 참이었다. 아마 그 때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나 봐. 멸의 당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공권력으로도 해결 못 할 거라면, 차라리 개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이 녀석을 훔쳐버렸으면 좋겠어요. 수명도 얼마 안 남았는데 남은 시간이라도 편안하게요. 너무 작고 가엾어요.”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진 뒤 누군가가 도화선이 될 법한 말을 던지고야 말았다.

“해결사는…. 이런 의뢰는 안 받아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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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안 되지. 해결사가 어떤 이익 집단인지 다 알면서 지금 그런 소릴 해?”

해보나 마나 당연한 결과였지만 어쨌든 멸은 운을 뗐고, 필은 단칼에 거절했다. 차라리 불륜 상대 잡아달라는 의뢰가 더 쓸모 있어 보이는데. 눈썹을 찡그린 필이 멸을 노려보았고 멸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듯 쏘아보았다. 필은 마음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같았으면 타고난 얼굴을 십분 활용해 왜 그렇게 나를 난감하게 하느냐며 가련한 표정 한 번만 지었어도 될 것을. 통탄스럽게도-더불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도- 멸에게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번거롭지만 빙 돌아 설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말로 못다 할 짜증을 느끼면서도 필은 조곤조곤 이야기하려 애썼다.

“어쨌든 그런 의뢰는 안 돼. 액수가 어마어마하면 모를까. 말이 나와서 말인데 돈은 또 누가 주는데? 해결사들은 돈 안 되는 의뢰 받으면 그 자체로 처벌받아. 아주 심각한 사안이라고.”

“…….”

통했나. 필의 안도와 공기 중의 침묵을 동시에 깨부수며 멸이 또다시 말을 늘어놓았을 때 필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났다.

“그럼 해결사로서가 아니라 제 개인으로서 하면 되잖아요. 월차 낼게요.”

“진짜 끈질기네. 2개월짜리 계약직이 무슨 놈의 월차야? 계약서 안 봤어?”

“아! 누구 때문에 못 봤더라! 자고 있는데 갑자기 쳐들어온 어떤 분이 내용도 안 보여주고 지장부터 찍게 만들어서! 계약서도 못 읽고 월차 없는 것도 확인 못 해서 미안하게 됐네요!”

“언제 얘긴데 그걸 다시 꺼내? 너 진심으로, 그딴 일에 시간 허비할 거야? 그깟 냄새 나는 네발짐승이 지금 들어온 다른 의뢰보다 더 중요해?”

다음 순간 멸의 표정을 보고 필은 자신이 역린을 건드렸음을 알았다. 쯧. 실언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했다. 이 녀석이 개에 얼마나 환장하는 줄 알면서. 필이 내뱉은 말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는 사이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간 동그란 얼굴이 미간을 세게 구기고서는 쥐어짜듯 소리쳤다.

“됐어요! 휴가 안 줄 거면 이 일 때려치우고서라도 할 테니까!”

“야!”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멸이 사무실을 나갔다. 오, 이건 좀 센데. 필은 잽싸게 GPS를 켜 멸의 경로를 확인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군. 필은 진짜로 멸이 이 일을 그만두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멸은 돈이 필요했고, 해결사 일은 보수가 좋았다. 물론 그것을 떠나서라도-

나와 함께 하는 일을 그렇게 쉽게 떠날 수는 없지.

이 일은 멸을 곁에 잡아두기 위한 방책 중 하나였고 필은 멸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설령 그가 자신에게 울면서 무릎을 꿇고 간청한대도. 그는 어떻게든 멸을 구슬리고 달래고 보듬어서 그의 환심을 살 자신이 있었고,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사실 설득까지 갈 필요도 없이 계약 위반 시 멸이 물어야 할 위약금에 대해서만 운을 띄워도 충분했겠지만. 지금 그 얘기를 꺼냈다간 역효과겠지. 필은 멸이 취할 행동을 지켜보며 그에게 얼마간 시간을 주기로 했다. 참새 같은 녀석. 네가 그래 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필은 방금 막 하나뿐인 직원의 사직 의사를 들은 사람치고는 여유롭게 웃었고 애석하게도 그 웃음은 하루 이상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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