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불멸의 날들_[필멸]A normal day

슈퍼내추럴 3x11 Mystery Spot 에피소드에서 소재를 따왔습니다. 언급된 영화는 1993년작 Groundhog Day(한제 : 사랑의 블랙홀).​


A normal day


 유독 한산한 날이었다. 의뢰는 한동안 없었고 날씨는 꿉꿉했고 공기는 물 먹은 듯이 무거웠고…. 어쨌거나 일할 기분은 나지 않는 날. 그런 날에 으레 그러하듯 필은 멸을 잡아다가 소파에 앉혀놓고 DVD를 여러 장 골라왔고, 그 날의 세 번째이거나 혹은 네 번째의 영화가 재생되고 있었다. (소장님. 주인공 이름이 소장님이랑 같네요. 야, 모든 사람의 이름이 네 것처럼 특출나게 희귀하지는 않아.)필은 맥주 한 병을 다 비워가는 참이었고 멸은 이미 들고 있던 텅 빈 이온 음료의 캔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퉁. 조심스럽게 넣었는데도 캔이 금속제의 쓰레기통과 부딪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필은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화면 속에서 남자가 잠든 여자를 향해 고백을 시작한 참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삐빅. 호출이 울렸고 멸은 필이 전화를 받는 것을 바라보았다. 의뢰였다. 화요일, 오후 5시 20분. 퇴근까지는 20분가량이 남아있었다. 일이 들어올 거면 그냥 아침 일찍 들어왔다면 좋았을걸. 아니면 차라리 내일 들어오거나. 그때 필이 말했다. 너는 안 따라와도 돼. 그냥 퇴근해.

 “그래도 돼요?”

 “별 대단한 것도 아니고, 뭐 하나만 확인해달라는 거야.”

 나가는 길만 같이 나가자. 멸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계의 액정이 5시 24분을 가리켰다. 필이 평소처럼 방탄복에 재킷을 챙겨 입고는 말했다. 오늘은 그냥 30분 일찍 가라. 영화는 나중에 마저 보면 돼. 필이 TV의 전원을 끄고 일어났고 멸도 뒤따랐다. 사무실의 건물 앞에서 멸은 필의 배웅을 받았다. 내일 뵐게요, 소장님. 그래. 말을 꺼내며 필은 바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향해 발을 디뎠고….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갔다. 신호를 무시하고서 갑자기 달려든 검은색 세단과 비현실적으로 날아가는 필, 코끝을 알싸하게 흘러가는 비릿한 피의 잔향. 붉게 물들어 가는 바닥과 엷은 회색의 머리칼. 이게 대체 뭐지? 멸은 확신 없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사고를 파악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먹먹한 이명이 귓전을 울리고, 울리고, 또 울리고. 누군가가 말했다. 괜찮아요. 회복이 시작되면 일어날 거에요. 필의 손이 여전히 멸을 향해 인사를 보내고 있던 그 모양새 그대로 굳어있었다. 아니야. 안 돼. 괜찮지 않아. 이 사람은 괜찮지 않아. 멸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초점이 없는 눈의 의미를, 힘이 풀린 몸과 돌아간 고개가 함축한 뜻을. 

 이거 거짓말이지?


 퉁. 이온 음료의 캔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필은 맥주 한 병을 다 비워가고 있었다. 화면 속 남자가 잠든 여자를 향해 진중한 고백을 꺼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헉. 급하게 숨을 들이쉬다가 사레가 들렸다. 쿨럭! 터져 나오는 기침에 옆에 앉은 필이 말했다. 야, 괜찮냐? 묻고 싶은 건 자신이었다.

 “소장님이야말로 괜찮아요?”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멸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곤 필에게 닿을 듯 말듯 머뭇거렸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필의 표정이 점점 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변했다. 뭐야.

 “영화 잘 보다가 갑자기 왜 그래.”

 삐빅. 호출이 울렸다. 멸은 시계를 보았다. 화요일 5시 20분. 잠깐. 화요일? 그때 필이 말했다. 너는 안 따라와도 돼. 그냥 퇴근해. 필연적인 데자뷰가 느껴졌다. 잠깐, 잠깐만. 이 상황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앉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이 필이 방탄복에 재킷을 챙겨 입고 있었다. 

 “나가는 길만 같이 나가자.”

 시계의 액정이 5시 24분을 가리켰다. 아. 멸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고 필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하고선 바라보았다. 짙은 눈썹이 살짝 구겨져 있었다. 너 아까부터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뇨. 그건 아닌데….”

 “오늘은 30분 일찍 퇴근해. 영화는-.”

 “나중에 마저 보면 돼.”

 제가 할 말을 그대로 읊어낸 멸을 보며 필이 더더욱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했다. 그래, 나중에 마저 보면 돼. 그러니까 나가자.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나서는 필을 멍하니 보다가, 멸은 소스라치듯 일어나 외쳤다.

 “아니, 잠시만요! 잠시만!”

 “아, 왜 또?”

 멸은 사무실 건물 앞에서 있었던 사고에 대해 떠올렸다. 날아가는 몸과 초점 없는 눈, 코를 마비시킬 듯 진동하던 철의 비린내와 저 자신에게서 흘러나온 검붉은 웅덩이에 잠겨있던 필. 다시 떠올리기도 끔찍한 그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해서. 조바심이 났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요.”

 “다른 길?”

 “네. 기분 전환 삼아서요.”

 “너 아까부터 좀 이상하다.”

 “사람이 가끔 그럴 수도 있죠.”

 다 소장님 생각해서라고요. 마지막 말은 내뱉지 못한 채 멸은 앞장섰다. 다른 데로 가지 말고 저만 따라오시는 거예요. 확인을 재차 받아낸 뒤 멸은 건물의 뒷문으로 빠져나와 큰길가를 피해 도로를 걸었다. 다음 순간 어둑한 골목에서 얼굴을 가린 남자가 뛰쳐나왔다. 

 "가진 거 다 내놔!" 

 남자의 손에서 제법 묵직해 보이는 은색의 콜트 권총이 번쩍였다. 멸은 몸을 물리며 기겁했다.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강도라고? 사무실 문턱이 닳게 드나들도록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주변은 이렇게 치안이 허술한 곳이 아니야. 냉정하게 생각하려 해도 눈앞의 남자는 현실이었다.

 “잠깐! 진정하세요!”

 “뭐야. 이봐.”

 뒤에서 따라오던 필이 잽싸게 멸을 감싸듯 앞으로 나섰다. 한 팔을 뒤로 내밀어 멸이 나오지 못하도록 제지하면서. 너는 거기 있어. 

 “이봐. 허튼짓 하지 마. 당장 총 내….” 

 탕. 또다시 슬로우 모션. 총은 방탄복을 입은 상체가 아닌 머리를 꿰뚫었다. 엉거주춤 숙이듯 뒤에 서 있던 멸의 얼굴로 피가 튀었다. 잠깐만. 이게 아니야. 멸은 제게로 쓰러지는 필의 육중한 몸을 아주 천천히 받아냈다. 감기지 못한 눈이 허공의 어드메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살 피우지 마! 당장 돈 내놔! 외치는 강도의 목소리가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장님. 안 돼, 안 돼. 손으로 쏟아지는 피가 너무도 뜨거워서 멸은 왈칵 눈물이 났다. 이게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멸은 제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화요일, 5시 20분. 곁에서 자신을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보는 필과 여전히 재생 중인 영화. 뭐였지? 도대체 뭐지? 멸은 방금 두 번이나 필의 죽음과 마주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멸은 돌아가고 있는 영화에 시선을 돌렸다. 공교롭게도 자신처럼 똑같이 반복하는 하루를 겪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였다. 연속되는 똑같은 순간, 바뀌지 않는 지표들. 필은 방탄복에 재킷을 챙겨입는 중이었고 멸은 불안에 떨며 나가는 방법을 바꾸어야만 했다. 그 꼴 다시는 못 봐. 절대로.

그것이 부질없는 노력이란 걸 멸은 열두 번째에 깨달았다.

-

 필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죽었다. 멸은 사람이 정말 온갖 방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단 걸(길가에 늘어져 있던 고압선에 감전사, 어떻게든 정해진 운명을 피해 보려고 올라간 건물 옥상에서 추락사, 달려오던 오토바이에 사고사, 계단에서 굴러서 실족사, 심지어는 멸이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며 아예 나갈 수 없게 하곤 사 온 샌드위치가 일으킨 급성 알러지로….) 배웠다. 불멸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을 거야. 이렇게나 방법이 많으니까. 자조하고 떨면서 멸은 눈앞의 시신에 천천히 손을 가져다댔다. 더는 맥이 뛰지 않는 식어가는 몸. 어이없게도 방금 욕실 바닥에 남은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진 뒤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의 몸을. 그 싸늘한 접촉에 대한 두려움은 잊은지가 오래였다. 다시 눈물이 났다.

 필이 죽지 않는 체질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꽤 크고 치명적인 부상들이 그 후에도 일곱 번은 족히 더 있었고, 멸은 어느 기점으로 세는 것을 포기했다. 자살을 제외한 모든 죽음의 방식을 목도하고 여기서 더 죽을 수 있나 싶으면 필은 또 죽음을 반복했다. 멸은 어쩌면 내일이 오게 할 수 있다면 이 반복되는 오르골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두려웠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필은 화요일 5시 20분과 수요일이 되는 자정 이전에서 죽음을 반복했고, 멸이 그의 죽음을 인지하면 상황은 다시 그가 살아있는 시간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화요일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서 필이 죽는다면? 만약 수요일로 넘어갔는데 그가 죽어버리고, 화요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모든 가정이 정신을 좀먹었고 멸은 필이 죽지 않게 하려고 쏟은 안간힘이 무위가 되어 돌아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제 손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우주의 의지와 의미 없는 싸움을 벌이는 기분이었다.

 필이 수십 번을 육체적으로 죽어가는 동안 멸은 제 정신이 죽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영원히 이 사람의 죽음과 함께 나는 이곳에서 질식하는 걸까. 이제 눈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가 죽는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의 의식 없는 몸과 마주하는 것은 매번이 생경했다. 아무리 불러도 답하지 않는 입과 초점이 맞지 않는 눈, 어떤 힘도 들어가지 않는 손. 흘리는 뜨거운 피와 대조적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몸. 그의 피를 뒤집어쓰고 영혼 없는 몸을 받아내던 찰나들이 끝나지 않을 영원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째서일까? 왜 이 사람은. 익숙해질 만도 한 죽음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멸에게로 내리꽂혔다. 차라리 내가 죽으면 이게 끝날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화요일 5시 20분. 조금 전 필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위에서 떨어진 가구에 맞아 죽었고 시계는 시간을 되감았다. 멸은 기운 없는 눈으로 방금 캔이 떨어진 쓰레기통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좀. 

“…너 울어?”

 바로 옆에서 당황한 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마를 때도 된 것 같은데,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 새삼스럽게도 다시 쏟아졌다. 왜 이 사람을 붙잡을 수가 없을까. 왜. 왜?

 “이거 그렇게까지 슬픈 영화가 아니었을 텐데. 보기보다 감성적이다?”

 필이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멸은 이쯤에서 호출이 오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삑. 필이 어떻게 말할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었다. 마치 이미 했던 게임의 모든 루트를 알고 있는 것처럼, 봤던 영화의 같은 장면을 연속해서 보는 것처럼. 어차피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받지 마요.”

 “뭐라고?”

 “호출이요. 받지 마요.”

 “해결사가 호출을 안 받으면….”

 “알아요. 들어오는 의뢰를 놓치면 완수율에 문제가 생기죠. 그래봤자 어차피 이번 한 번이잖아요.”

 멸이 강한 힘으로 팔을 붙잡아 왔고 필은 거의 소스라칠 뻔했다. 뭐야. 방금 얘가 먼저 붙잡은 거야? 게다가 이런 무시무시한 힘으로. 멸은 체격이 작은 편이 아니었고 예상보다 악력이 강했다. 야. 네 소장님 팔 부러진다. 짐짓 엄살을 부려도 단단히 붙잡은 손아귀의 힘이 빠지지 않았다.

 “받지 마요, 가지 마요. 소장님. 그냥 여기 있어요.”

 “너 곧 퇴근 시간이잖아. 남아서 야근 수당 받고 싶어서 그래?”

 […당신을 있는 힘껏 붙잡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속의 남자가 속삭였고 멸은 더는 주저하지 않기로 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요.”

 “무엇을?”

 “소장님 얘기, 듣고 싶어요.”

 “뭐?”

 소장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지냈는지요. 어떻게 지금의 소장님이 되었는지도. 필이 말해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멸은 재차 물었다. 당신에 대해서 궁금해요. 알고 나면? 필에 대해 알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목숨을, 그것의 가치를 더 무겁게 만들 것이다. 필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수록 더해질 절박함. 

 그 절박함이 쌓여서 당신의 목숨이 내게 무거워지면, 그것을 더 붙잡기 쉬워질까? 내게 쌓이는 무게만큼 당신은 잡혀줄까? 몇 번이고 허무하게 나를 떠나지 않고 남아줄까? 우선 둘이 같이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게 끝나면 다른 영화를 틀어놓고서. 자정이 될 때까지 하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하고 또 하고…. 붙잡은 팔의 온기가 놀랍도록 뜨거웠고, 필이 제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고, 그리고.

 여타의 여러 가지 설명할 수 있는, 혹은 설명할 수 없는 모든 이유들 때문에 멸은 필에게 입 맞췄다.

 -

 “그만 자고 일어나.”

 조금만 더요. 칭얼거리자 갑자기 커튼이 걷히며 눈이 부셨다. 잠깐. 눈이 부시다고? 여태껏 아침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눈을 뜨자 확실히 날이 밝아 있었고 이미 정갈하게 옷을 갖춰 입은 필이 창가에 기대 서 있었다. 아침은 뭐 먹을래? 묻는 말을 무시하고 멸은 벗은 몸으로 후다닥 일어나 핸드폰을 쥐었다.  

 수요일, 아침 9시 2분.

 액정을 보자 뭐라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꿈인가? 그러기엔 천천히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생생했다. 뭐 먹을 거냐고. 부드럽게 정수리를 쓰다듬는 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멸은 무어라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소장님. 제가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냐면.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까? 고민하는 사이 필이 낮게 속삭였다. 혹시 움직이기 힘든 거면….

“힘들 게 뭐가 있는데요?”

“어제 무리했잖아.”

 말뜻을 깨달은 멸이 얼굴을 붉히면서도 반박했다. 고작 그 정도로 힘들 정도는 아닌데요.

 “알았으니까 준비 다 하고 나와. 밥 먹으러 가자.”

 나갈 채비를 하는 내내 멸은 생각했다. 어쩌면, 나가는 순간 저 사람이 죽을지도 몰라. 몇 번이고 그래왔듯이 내 눈앞에서. 혹은 내가 나갔을 때 이미 죽어있으면? 진짜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이젠 화요일이 아니야.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을 거야. 간밤의 맞닿은 온기 때문에 잊고 있던 공포가 밀려들며 가슴이 쪼그라들었다. 멸이 준비를 끝마칠 동안 필은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멸은 천천히 건물의 문을 열어 길가에 선 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멀뚱히 서서 뭐 하고 있어?”

 필이 부드럽게 자신의 팔을 이끌었고, 멸은 그의 손에서 살아서 분주하게 제 존재를 알리는 맥박을 느꼈다. 죽지 않았어. 확신을 얻는 순간 깨달았다. 더는 아니야. 이제 다시 평범한 날로 돌아온 거야. 멸은 저도 모르게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웃었고 필은 나사 빠진 얼굴 하지 말라고 한마디 했다. 소장님. 계속 여기 계시는 거죠. 무슨 소리야? 가요, 아침 먹으러. 

 해는 화창했고 더는 피도 비명도 없는 날이었다.   



마노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15
불멸의 날들_[필멸]Til death do us part(4)
#17
불멸의 날들_[필멸]Til death do us part(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