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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 백업_[알테어말릭]어크 전력 60분, 자유주제



여명이 내려앉고 낯선 바람이 불어와 몸을 뒤흔들었다. 잠들지 못하고 밤을 하얗게 샌 탓인지 몸이 굼떴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뼈마디가 시큰했다. 말릭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눈에 힘을 주었다. 쪽잠조차 자지 못했다고 해서 수마가 덮쳐오지는 않았다. 그러기엔 상황이 허락지 않았던 탓이다. 오히려 저를 짓누르고 지나가는 사막의 적막이 더욱더 자신을 깨어있게 했다.

말릭은 지금 건물의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도시에서 유독 높고 요란한 건물. 지붕은 전형적인 둥근 돔이었다. 멀리 지평선의 한 방향에서 모스크에서 피워 올리는 것으로 보이는 연기가 보였다. 아침의 예배를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말릭은 잠시 예배당으로 줄지어 가는 사람들에 대해 상상했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단정하고, 하루의 시작을 위하여 종종걸음을 옮기는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 하지만 지금 표적이 된 남자에게는 주어지지 못할 평안이었다. 임무, 사람들, 삶. 다음 순간 맞은편의 격벽에서 무언가가 반짝거리더니 이내 잦아들었다. 말릭은 그것이 알테어라는 것을 직감했다.

‘벌써 끝낸 건가.’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까다로운 일이었다. 부패한 고위 성직자의 자택에 몰래 침입해서, 하인들과 다른 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그를 제거하는 일. 호화로운 저택에는 늘 사람들이 붐볐고 경비는 삼엄했다. 밤과 새벽은 향락의 시간이었다. 모두가 간신히 곯아떨어지고 소수의 하인들만이 깨어 일상을 준비하고, 경비들이 교대하는 아침이 그나마 적기였다. 그래도 여전히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수의 하인이라고는 해도 그 수가 거의 수십에 달하는 것이다. 경비의 교대 시간 또한 꽤나 짧았다.

저들 같은 노비스들에게 맡겨지기엔 많은 조심성과 노련함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릭 자신을 비롯해 임무를 받은 사람들 모두 구태여 토를 달지는 않았다. 이번 임무는 암살자로의 진급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임무를 잘 넘기면 그들은 더 이상 노비스가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선두에 알테어가 낙점되었기 때문이었다. 알 무알림이 알테어를 거론하는 순간, 말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로지 말릭 혼자만이 인상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에 말릭은 알테어와 눈이 마주쳤다.

“…….”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알테어는 그저 지그시 말릭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몸 전체에 흐르는 자기 자신을 향한 자부심이 알테어를 왕의 망토처럼 감싸고 있었다. 말릭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만함. 언제나 그것이 문제였다. 말릭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지지 않고 알테어의 시선에 응수했다. 주변이 시끄러웠다. 다른 이들은 드러내놓고 환호했다. 알테어라면 믿을 수 있지. 그가 우리를 이끌어줄거야. 동시에 작게 시샘하는 소리 또한 들려왔다. 잘난 체는.

그러나 그 모든 시끄러움과 웅성거림에도 불구하고, 말릭은 그 공간에 저와 알테어, 단 둘만의 존재를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말릭은 자신과 알테어 사이를 침묵으로 짠 투명한 태피스트리가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다. 천의 한 올 한 올이 모두 의미 없는 단어와 쓸데없는 복잡한 감정들-이것이 분노일까? 혐오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일까?-로 구성된, 얄팍한 천 조각. 말릭은 언제고 알테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한 다기 보다는 그 천을 통해 한번 투영한 모습으로 바라보고는 했다. 알테어도 그럴지는 의문이었지만, 말릭은 최소한 알테어도 말릭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알테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긴장감은 줄이 끊어지듯 맥없이 끊겨나갔다. 그러나 말릭의 뇌리에는 알테어의 갈색 눈이, 자신을 꿰뚫어보는 바라보는 시선이 선명하게 남았다.

말릭은 알테어를 향한 평가에는 이의가 없었다. 그라면 분명 누구보다도 앞서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가장 적절한 때를 찾아내고,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적을 꿰뚫을 것이다. 그가 임무에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은 거의 보장된 셈이었다. 노비스들이 안도하고 환호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알테어는 그 모든 길목에서 몇 번이고 규율을 어길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였다. 말릭은 늘 그것이 탐탁지 않았다. 진실은 없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 우리는 늘 우리의 자유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네, 모든 것은 허용되어 있어. 자유. 그 놈의 자유. 말릭이 보기에 알테어가 좇는 자유는 방종에 가까웠다. 그 자신은 부정하겠지만.

회상에서 벗어난 말릭이 느릿한 시선으로 방금 빛이 반짝였던 부분을 훑었다. 격벽의 위쪽이었다. 제법 높은 격벽인데도 큰 장애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우뚝 선 남자가, 하얀 로브를 감출 생각도 않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미간을 모으고 유심히 들여다보니 왼손에서는 이미 죽은 이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말릭은 혹시나 싶어 격벽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탄식했다.

격벽 아래에, 거기 있어서는 안 되는 시체가 놓여있었다. 거리가 멀어 나잇대나 성별은 잘 알 수 없었지만, 웅크리고 앉은 형체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표적인 부패 성직자의 뚱뚱하고 윤기 흐르는 비단 옷으로 차려입은, 거만함으로 치장한 몸뚱이와는 동떨어져있었다. 적어도 힘없는 하인이거나 어쩌다 휘말린 민간인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말릭은 한 번 혀를 차곤 다른 형제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살폈다. 도대체 저걸 막을 다른 놈들은 없었단 말인가? 두통이 일었다. 다음 순간 말릭의 시야에 경비병이 들어왔다. 다른 곳이 아닌 정확하게 알테어쪽으로 향하는 걸음에 말릭이 굳었다. 말릭은 경고하기 위해 알테어를 돌아봤다.

알테어는 정확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착각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선명한 눈빛이었다. 일전처럼, 자신을 꿰뚫어버릴 듯 바라보는 시선. 말릭이 입을 떼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단검을 꺼내들고 경비병을 향해 날리면서도, 알테어의 시선은 말릭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마치 보란 듯 한 몸짓이었다. 말릭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강제로 고개를 돌려져 알테어의 눈에 고정당한 기분이었다. 말릭은 몇 번이고 입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다가 작게 속삭였다. 자네는 정말 오만하고 짜증나는 인간이야. 알테어가 제대로 알아들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 직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알테어가 입을 열어서 말릭은 살짝 놀라고 말았다. 평소 자신을 향한 어떤 말에도 귀머거리처럼 반응이 없던 그였기 때문이었다. 목소리는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지만 입모양만큼은 알아볼 수 있었다.

마음대로 생각하게.

역시 정말 사람 열 받게 만드는 작자야. 말릭은 생각했다. 강한 햇살과 함께 동이 트고 있었다. 어디 가서 쳐박혀있는지 모를 멍청한 다른 노비스들을 수습해 이곳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말릭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찌르는 듯 느껴지던 시선 또한 사라졌다. 격벽 위에 더 이상 알테어는 없었다. 말릭은 긴 한숨을 내쉬며, 속에 고인 짜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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